팔상도 The Eight Sorrow Events (2024)

 

一. 객마래의상(喀魔來儀相) Nightmare

2024, 종이에 안료, 36x29.5cm(41.5x34.5cm)

소를 먹은 소년이 잠에 사이 꿈을 꿨다.“




二. 비남항생상(非南肛生相) Excretion

2024, 종이에 안료, 36x29.5cm(41.5x34.5cm)

이윽고 소년의 항문에서 여인이 태어났다.”




三. 포피발진상(皰皮發疹相) Rash

2024, 종이에 안료, 51.5x36cm(57.4x41.8cm)

언제부터인가 여인의 몸에는 이상한 것들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인의 몸을 뒤덮었다.”




四.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Flee

2024, 종이에 안료, 36x29.5cm(41.5x34.5cm)

“모두들 여인의 몸을 흉 보았고, 슬픔에 빠진 여인은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




五. 담산수도상(痰山修道相) Isolation

2024, 종이에 안료, 36x29.5cm(41.5x34.5cm)

여인은 인적이 드문 산에 올라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六. 팔진항마상(八疹降魔相) Realization

2024, 종이에 안료, 51.5x36cm(57.4x41.8cm)

그곳에서 여인은 여덟 가지 증상을 차례로 앓았는데, 모든 병을 앓고 여인의 피부는 검푸르게 변해 버렸다. 하지만 여인은 더이상 슬프지 않았다.”




七. 흑암전법상(黑闇轉法相) Contagion

2024, 종이에 안료, 40x51.5cm(46.8x57.3cm)

여인은 자신의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여인이 지나간 곳은 불행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여인을 두려워 하며 멀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여인을 흑암녀라 부르게 되었다.”




八. 갈림열반상(渴林涅槃相) Nirvana 

2024, 종이에 안료, 40x51.5cm(46.8x57.3cm)

여인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 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그녀의 시신이 있던 자리에는 누런 빛깔이 도는 작은 구슬 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지난 2017 교토의 박물관에서 불화 <길상천> 뒤로 불교 미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낡은 표면 위에 흐릿하게 남은 여신의 모습이 마치 귀신같다고 생각했다. 길상천은 불경의 열반경 12 성행품에 등장한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여신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신이었다. 불경에서는 길상천의 자매인 흑암천이 함께 등장한다. 흑암천은 추악한 외모로 가는 곳마다 재난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리고 흑암천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길상천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야기를 읽으며 흑암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2024년 용인에서 서울의 작업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종종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온갖 피부질환을 앓곤 했는데, 면역력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곳곳에 수포나 가려움증이 찾아오곤 한다. 심할때면 병원을 찾아가야만 했는데, 이는 바이러스성이므로 매번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만 증상이 완화되었다. 바이러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몸이 취약해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약은 나를 억제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정화시키는 것일까. 나는 몸이 수포로 뒤덮이는 웃기는 상상을 하곤 한다. 어쩌면 모습이 사람이 아닌 바이러스 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며 혼자 키득댄다.

나는 점점 흑암천에 대해 연민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흑암천에게 정당한 서사를 부여해주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루는 <팔상도> 서사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흑암천에게 전달했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유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