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 Four Heavenly Kings (2023)


 Dummy No.105, 2023, 종이에 먹 Ink on paper, 182.5x62.5cm(scroll 275x81cm)
 Dummy No.106, 2023, 종이에 먹과 안료 Ink and pigment on paper, 182.5x62.5cm(scroll 275x81cm)
 Dummy No.107, 2023, 종이에 안료 Pigment on paper, 182.5x62.5cm(scroll 275x81cm)
 Dummy No.108, 2023, 종이에 안료 Pigment on paper, 182.5x62.5cm(scroll 275x81cm)


<Dummy> 작업들은 벌레, 내장 따위의 것들에서 시작되었지만, 거기에 담고자 했던 것은 그들을 통해 유발되는 복잡한 상태이다. <Dummy> 연작은 내가 부정한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상태, 그리고 태도를 조형화하려는 시도들이었다. 내장과 유사한 형상을 띠고 있지만 이것들은 내장이 아니며, 벌레 같지만 그 또한 아니다. 오로지 그들을 통해 감지되는 정-부정의 조형 특질을 이해하고, 다시 나름의 질서들을 통해 통제된 육체를 구성하는 것이 이 작업의 대전제였다. 그리고 이것이 연작의 제목이 Dummy(껍질, 모조품)인 까닭이다.

부정한 것을 강박적인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종교에서 엄격한 질서와 규율로 욕망을 통제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나는 매 연작에서 세운 작업의 고유한 질서들이(종교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을 대하는 나의 수치심을 덜어내는 장치이자, 부정함을 다스리는 최선의 실천 방식이라 믿고 있다.
 <Dummy> 작업은 처음부터 108점을 염두하고 진행했으며, 이번 작업들을 통해 108점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네 점(Dummy No.105~108)은 그동안의 작업들, 또 <Dummy> 작업 외에 흉, 가래 연작들을 갈무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작업의 소재는 크게 벌레, 내장, 흉, 가래로 정리되는데, 이번 작업들은 이들을 각각을 대표하는 수호자, 사천왕의 형식으로 그려내보고자 했다.

이들이 단순히 소재적인 측면에서만 대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각 다른 조형 방법을 통해 구성되고, 그려졌으며, 형태를 구성하고 그려내는 구체적인 기법도 모두 다르다.
-내장: 물컹거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벌레: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들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흉: 질척거리고 얼룩진 것이 단순하고 성스러운 형상으로 드러나는 것
-가래: 작은 결정체들이 하나의 커다란 몸으로 뭉쳐있는 것

정리하면 이 작업들은 그동안 구현하고자 했던 정-부정의 조형 언어를 명료하게 정리하려는 노력이자, 이 후의 새로운 작업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Dummy No.101, 2023, 삼베에 먹 Ink on hemp, 170x36cm

Dummy No.102, 2023, 삼베에 먹과 안료 Ink and pigment on hemp, 170x36cm

Dummy No.103, 2023, 삼베에 아크릴릭 Acrylic on hemp, 170x36cm

Dummy No.104, 2023, 삼베에 아크릴릭 Acrylic on hemp, 170x36cm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2023, 송은),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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