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mmy No.81, 2021, 삼베에 안료 Pigment on hemp, 53x35cm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 소장되어 있는 <길상천>은 불교의 [열반경-성행품]에 등장하는 행운의 여신이다. 말 그대로 행운을 나누는 여신이며, 예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 [열반경]에는 길상천 외에도 다른 여신이 등장한다. 바로 ‘흑암천’이라 불리는 불행의 여신으로, 길상천의 자매로 알려져 있다. 흑암천은 흉측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여신이다. 흑암천은 언제나 길상천과 함께 다니며, 이 불경이 주는 교훈은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다가온다는 것이다. 후세에 그림으로는 <길상천>이 남아 있지만, <흑암천>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나는 <길상천>에 관한 연구를 해나가면서 흑암천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길상천과 짝이 되는 흑암천을 작업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 작업은 <길상천>의 도안을 그대로 뒤집어서 마치 쌍둥이 같이 마주보는 형상으로 그렸다. 불화는 그림이 그려진 천 밑에 스케치를 그린 밑그림이 함께 배접되어 있는데, 나는 이 밑그림을 어미로 보고, 여기서 탄생한 길상천-흑암천 자매의 쌍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대칭으로 마주보는 두 자매와 더불어, 불경에 기록된 흉측한 외모를 상기시키는 피부 질감을 새로 그려 넣었다.